
오십 대가 되었다.
오십 대가 되면 모든 것을 통달한 어른이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나이 들었음을 인지하고 있지만 내가 생각했던 오십 대보다 마음이 훨씬 젊다.
일을 정말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책임감이 과할 정도로 강하신 것 같아요.
일을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요?
MBTI 극 TJ시죠? (ISTJ/ESTJ 반반 나온다)
취미가 없으세요? 왜요?
자전거 못 타세요?
수영을 못하세요?
스키도 못 타세요?
골프는 왜 안 하세요?
운동 안 하세요?
운동을 해본 적은 있으세요?
사적인 대화를 하다가 젊은 후배들에게 자주 들었던 질문이다. 그럴 때면 "난 집순이야"라고 넘겼지만 사실이 아니다.
난 왜 이 나이가 되도록 취미가 하나 없을까 생각해 본다.
✔️ 대학교 다니는 동안 4년 내내 장학금 받고 우등졸업했다. 부모님께 폐를 끼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열심히 살았다.
✔️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대기업에 취업했다. 취업하고 나서 보니 공부가 더 필요하다 싶어 대학원에 진학했다. 매일 야근하는 힘든 회사와 공부를 병행한다는 것은 만만치 않았지만 주말이면 공부만 했고 덕분에 장학금을 받고 대학원을 졸업했다.
✔️ 결혼했고(남편을 만난 건 인생 최대 행운이다) 1년 후 첫 아이를 출산했다. 육아휴직이 없던 시절이라 출산 2개월 후 복직했다. 오뎅처럼 뚱뚱 부은 손가락과 몸뚱이를 끌고 회사를 어떻게 다녔는지 모르겠다.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으로 버텼던 것 같다.
✔️ 매일 야근하고 집에 가면 아이 이유식을 새벽까지 만들었다. 시판 이유식들도 있었지만 소중한 내 새끼에게 시판을 먹일 수는 없었고 아이를 봐주시는 부모님께도 부탁드리고 싶지 않았다. 내가 해주고 싶었다.
✔️ 퇴근하고 아무리 지쳐도 매일매일 새로운 놀이를 계획해서 놀아줬고, 책을 10권 이상 읽어주고 아이를 재웠다. 지금처럼 콘텐츠가 많던 시절이 아니어서 육아와 놀이법도 책으로 많이 공부했다. 그때 회사 동료들에게 대단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 물론 남편이 나보다 더 아이를 보살폈고 우리는 아이를 정말 열심히 키웠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고, 주말이면 단 한주도 집에 있지 않고 아이에게 경험을 선물하려고 노력했다. 아이가 보석처럼 빛나고 예뻤다. 그래서 하루하루 감사했다.
✔️ 조금은 안정기에 들어갈 무렵, 6살 터울이 나는 둘째를 출산했다. 동생이 태어난 충격으로 큰아이가 퇴행을 했다. 2년간 엄청나게 고생했다. 매일매일 눈물로 버텼던 것 같다. 잠든 큰아이 얼굴을 쓰다듬으며 매일 울었다. 회사와 집, 하루 두 번의 출근을 하며 그렇게 살았다. 그때 써둔 일기를 보면 눈물로 글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여서 굳이 돌아보지 않는다.
✔️ 둘째 아이를 출산할 무렵 금전적으로 안정기가 되어 부모님의 도움 전혀 없이 강남 8학군에 아파트를 사고, 평소 타고 싶었던 차를 갖게 되었다. 차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자유를 보장하는 수단으로 나에게는 매우 중요한 장소이다.
✔️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이뤘지만 내 나이 고작 34세, 서른네살이었다.
✔️ 아이들이 커가면서 모든 순간이 소중했다. 우리는 매년 해외여행을 다녔고, 아이들이 그 어떤 장소에서도 낯설지 않게 글로벌하게 자유롭게 받아들이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우리의 마음을 아이들이 알아주길 바라고 한 건 아니었지만 감사하게도 아이들이 그런 환경에 대해 감사하다 말해주고 있어서 참 좋다.
✔️ 미국 워싱턴, 나의 버킷리스트였던 플로리다 디즈니월드, 미국 뉴욕과 보스턴, 태국 푸켓, 태국 방콕, 일본 오키나와, 일본 오사카, 베트남 다낭, 홍콩, 마카오, 필리핀 보라카이, 나 혼자 호주... 되도록 가장 좋은 호텔에서 그 나라만의 새로운 음식과 문화를 접하며 즐겁게 경험을 축적했다.
✔️ 아이를 맡기고 취미생활을 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난 친구도 만나지 않았고 오로지 가족만 바라봤다. 이유는, 잠도 많고 약한 나의 체력으로 가족 이외에 그 어떤 것을 생각하는 것조차 사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아도 되었을 것 같다.
✔️ 회사일도 그렇게까지 열심히 할 필요는 없었는데 내가 야근하는지 누군가 전혀 알아주지 않아도 늘 최선을 다했다. 일이 스트레스였지만 나름 재미있었고 늘 잘 해내고 싶었다. 요령이라곤 피워본 적이 없이 그렇게 해냈다. 그래서인지 대체로 좋은 성과가 있었고 8년째 리더로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25년여 긴 시간 동안 이렇게까지 한결같이 열심히 일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후회스러운 점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결론적으로, 후회하지는 않는다.
✔️ 세네 살 무렵부터 아침에 눈을 비비며 일어나 책을 찾던 큰 아이는 열심히 공부해 영재고등학교에 입학했고, 수능도 안 보고 재수도 없이 카이스트에 합격했다. 고등학교 시절 사춘기가 와서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그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 번에 그 어려운 대입을 해낸 것이다.
이날의 기쁨은 잊을 수가 없다. 심장이 뛰어서 말도 잘 안 나오고 눈물이 막 쏟아졌었다. 아기때 주었던 까르르르 웃음과 말랑말랑한 느낌만으로도 모든 효도를 다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날의 기쁨은 효도의 마침표쯤으로 생각되었다. 아, 나는 이제 더이상 세상에 바랄게 없겠구나.하는 기쁨.
✔️ 어쩌다 보니 둘째가 고등학생이 되어있다. 매일아침 셔틀버스까지 데려다줘야 하고 학원이나 독서실이 끝나는 밤 11시, 밤 12시에 데리러 가야 한다. 물론 라이딩은 남편이 간다. 대기업 팀장을 하면서 두 아이를 케어한다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다. 학원 알아보기, 등록하기, 결과 리뷰하기, 학교 알림 살펴보기, 대입 정보 확인하기. 신경이 많이 쓰이는 일이다.
✔️ 아이들에게 내가 어떤 엄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엄마가 처음인 나는 내 나름의 최선을 다했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내 아들 둘이 내 인생 최고의 보물✨️이니까. 내가 낳았으니 이 아이들이 멋진 어른으로 독립해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해나갈 때까지 역할을 다 할 생각이다.
사실 벌만큼 버는데도 나를 위한 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습관이 되어버린 듯하여 이제는 좀 변화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백 살까지 산다 해도 절반을 넘어선 인생 후반기. 오늘은, 남은 인생 하고 싶은 것들을 기록해 보기로 했다.
나는 어떨 때 가장 행복한가?
✔️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할 때 가장 행복하다. 혼자서 여행하라고 하면 전혀 재미가 없을 것 같다. 가족에게 따뜻하게 해야 하고 가족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든다. 가족과 여행할 때 가장 행복한데, 여행을 온전히 즐기려면 무엇을 갖추어야 하지? 생각해 보았다.
✔️ 동남아를 가면 자전거나 스쿠터를 타야 하고, 골프도 해야 한다. 여름나라를 가면 수영을 할 줄 알아야 하고, 겨울나라를 가면 스키를 탈 줄 알아야 한다. 외국인들과 어울리려면 언어도 충분해야 하고. 자전거, 골프, 수영, 영어공부. 갖추자. (스키는 위험해서 pass)
내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 의미 있는 일을 만들고 해내는 것이다. 이건 오랜 직장생활을 통해 알게 된 것인데 정해진 일을 하는 것보다는 공부하고, 추진하고, 작든 크든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꼭 업무가 아니더라도 수동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은 너무나도 큰 스트레스다.
✔️ 회사에서는 내가 한 일들을 후배들의 공으로 돌리고, 키우고 싶은 후배들이 프로모션 되도록 육성하고 돕는 것. 늘 실천하려고 하고 있고 남은 직장생활 동안에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보고 싶은 일이다.
✔️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것. 이건 아직 어떤 식으로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우연히 만들게 된 티스토리 블로그에 나눠볼까도 고민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지금 시점에 생각하는 나의 버킷 리스트를 작성해 보았다.
🩷매일, 매월
- 매월 책 1권 이상 읽고 기록하기
- 매월 영화 1편 보고 기록하기
- 매일 티스토리에 일상과 생각 기록
💜건강관리
- 하루 8천보 이상 걷기
- 하루 5분 땀나게 뛰기
- 16시간 간헐적 단식
- 헬스 근육운동
- 커피는 하루 3잔 이내로 마시기
💛가족여행을 위해 배우기
- 자전거
- 수영
- 골프
- 영어회화(자유롭게)
🩵도전
- 지식, 경험을 나누는 콘텐츠 채널 운영
- 야근 금지
- 안락한 실내와 시네마시스템
- 건강식 만들어 먹는 부엌 만들기
- 테라스 있는 곳에서 살기
- 남편만의 공간 만들어 로망 실현해 주기
- 한 달 살기(제주, 강릉, 해외)
❤️여행
[국내]
- 눈 쌓인 한라산 백록담 등반
- 지리산 노고단
- 전국방방곡곡 여행
[해외]
- 네 식구 유럽여행
- 네 식구 미국여행
- 네 식구 호주여행
- 네 식구 하와이여행
- 산티아고 순례길
- 오로라
- 샌드보드
- 호주 따뜻한 크리스마스
- 물속에서 바다 거북 만나기
- 프리다이빙해서 문어잡기
- 대만 먹방
- 일본 온천
- 일본 삿포로 겨울
- (은퇴 후엔) 남편과 패키지여행
✔️ 인생 후반기. 미친 듯이 매일매일 성실하게 빈틈없이 열심히 사는 것은 이제는 내려놓아야 한다. 젊은 날에 열심히 해서 얻은 성취는 중요한 것이었고, 여전히 "세상은 노력하는 자의 것이다. 이것은 절대적인 것이다" 생각하고 있지만 이제는 내가 살아가고 싶은 삶,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실천하며 보다 질적이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실천여부는 계속 연재해야지 결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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